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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끔씩 소설책을 읽으면 다른 사람의 사는 이야기에 웃기도 울기도 한다. 최근 읽었던 소설 아버지의 해방일지에 대한 전반적인 느낌과 내용을 적어본다.
전반적인 느낌
아버지는 평생을 빨치산으로 사셨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빨치산으로 살다가 돌아가신 아버지의 장례식을 치르면서 이야기는 시작된다. 이 책을 통해 나 또한 아빠와의 관계를 돌아보고 그동안 쌓아온 추억을 생각한다. 원래 장례라는 단어가 주는 무거운 느낌이 강하다. 하지만 이 책은 재미있게 유쾌하게 무거운 내용을 쉽게 풀어 이야기를 진행한다. 그래서 나도 모르게 계속 웃게 된다. 장편 소설이지만 사실 250 페이지 분량이라서 소설책 치고는 짧다. 또한 무거운 주제를 유쾌하게 풀어쓴 작가의 능력 때문에 읽기에 부담이 없다. 오랫동안 베스트셀러 자리에 머무르고 있는 소설책인 만큼 한 번쯤 읽어 보면 좋을 거 같다. 읽고 나면 아빠와의 추억이 떠오른다. 나는 아빠와 관계가 좋은 편이다. 하지만 세상에 이렇게 좋은 아빠만 있는 게 아니구나라는 생각이 든다. 아빠가 돌아가시고 나면 나는 어떨까라는 생각이 든다. 적어도 돌아가시고 나서야 깊은 후회 속에서 괴로워하기는 싫다.
내용
아버지가 돌아가셨다. 혁명가로 사셨던 아버지였다. 그리고 주인공의 가족 모두는 유쾌하고 유머가 많다. 아버지는 감옥 살이를 마치고 이 세상을 살아가 때도 유쾌하고 유머스럽다. 아버지는 정치적으로만 사회주의자가 아니었다. 언제 자 삶의 깊은 곳에서부터 사회주의자였다. 마치 사회주의의 깊은 뿌리가 아버지의 유전자에 박혀있는 듯한 느낌을 준다. 처음에는 자본주의 속에서 살기 위해 어느 정도 타협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아버지의 삶은 사회주의를 초월한 사회주의였다. 지리산의 모습, 새벽 4시에 기상하는 모습, 그리고 어두움 속에서 담배를 피우는 아버지의 모습. 지리산에서 빨치산 활동을 한 아버지는 정말 멋진 모습으로 묘사되고 싶었지만 현실은 엄마와 다투면서 사셨다. 인생의 대부분을 가족이 아닌 다른 사람을 도와주러 다녔다. 그래서 바빴다. 심지어 딸을 속여서까지 다른 사람을 도와주는 진정한 홍반장이었다. 가족을 이렇게 이해하면 얼마나 좋을 텐데 아버지의 이해심은 가족이 아닌 가족 외에만 해당하였다. 오죽하면 밤에 도망을 쳤겠어. 그 사람이라고 호의호식하고 잘 살겠냐. 오죽하면 친정에서 연락도 못하고 죽은 척 살겠어. 타인에 대한 이해심이 하나님보다 더 넓다. 함께 살아가는 가족 입장에서는 이런 무책임한 가장이다. 가족의 고통은 이루 말할 수 없을 것이다. 그래서 자네 혼자 잘 먹고 잘 살자고 지리산서 그 고생을 하는가? 자네는 대체 멋을 위해서 목숨을 건 것인가?라는 말에 속이 후련하다. 이 소설이 진짜 해주고 싶은 이야기가 아닐까 싶다. 딱 아버지의 삶에 대해 주인공이 하고 싶었던 이야기가 아닐까 싶다. 고통, 슬픔, 분노 이런 것들을 잘 참는 사람은 싸우지 않는다. 그저 견디어 낸다. 하지만 견디지 못하는 사람은 들고일어난다. 누군가는 싸움꾼이 되지만 누군가는 혁명가가 된다. 아버지는 잘 참지 못했다. 해방된 조국에서 친일파가 득세하는 것도 못 참았다. 사랑하지도 않는 여자와 결혼하라는 제도도 못 참았다. 가진 자의 횡포도 못 참았다. 그리고 두 시간의 노동도 못 참았다. 마지막의 문장을 보고 빵 웃음이 터졌다. 이 책은 이런 식으로 유머스럽게 마지막을 쓴다. 아버지의 죽음 자체만으로는 너무나 무겁고 가슴 아픈 주제이다. 하지만 이런 웃음을 주는 문장 때문에 마음이 무겁지 않았다.그리고 사촌 오빠의 이야기도 있다. 아버지의 연좌제 때문에 불행한 인생을 사는 사람들의 이야기다. 물론 내 주변에는 없지만 실제로 이런 사람이 있다면 안타깝다. 같은 집안사람이고 하지만 같은 생각을 가지고 같은 사상을 가진 것은 아니다. 그렇기에 이 시대에 이런 부당함은 적절하지 않다. 그리고 내가 만약 그러하다면 작은 아버지 입장과 같다. 사촌 오빠 의 삶은 싫다. 아버지는 그렇게 가족 외의 사람에게 많이 베풀고 도움을 주었다. 하지만 가족인 주인공은 굉장히 억울하다. 과연 도움을 받은 사람의 10% 라도 아버지를 기억할지 의문이 든다. 하지만 소설을 끝까지 읽으면 그래도 좋은 사람 곁에는 늘 좋은 사람들이 있다는 사실에 위안이 된다. 그리고 사촌 언니가 알려준 내용을 통해 뭉클한 마음이 든다. 작은 아버지의 초등학교 사건이다. 누구나 사연을 알고 나면 그 사람의 입장을 헤아릴 수 있다. 그 사람을 이해하는 폭이 넓어진다. 아버지의 말처럼 오죽하면 그랬을 깊은 마음 든다. 하지만 정확히 몰랐을 수도 있다. 그날의 진실을 작은 아버지 홀로 견뎠어야 할 공포와 죄책감을 어느 누가 헤아릴 수 있을까 싶다. 보지 않은 누군들 알 수 있다고 할 수 있겠는가 싶다. 책에서는 생전의 원수가 장례식장에서 많은 부분을 내려놓고 화해하는 이야기가 나온다. 삶은 그렇게 아름답지 않지만 소설은 아름답게 마무리 짓는다. 그리고 주인공은 존재 자체도 알지 못했던 동지들의 모습에 왠지 모르게 가슴 뭉클한 어떤 느낌이 든다. 과연 나의 장례 시장에는 어떤 동지들이 와서 절을 해줄 수 있을까하는 생각이 든다. 아버지로 인해 삶이 힘들었던 주인공의 입장을 생각해 본다. 그리고 말을 이쁘게 하는 것이 중요한지를 알려주는 부분도 있었다. 나이가 들수록 중요한 것 중 하나가 말을 이쁘게 하는 것이다. 주인공과 작은 아버지와의 추억은 정말 눈물이 날 정도로 아름답다. 남자는 나이를 먹을 수록 말이 줄어든다. 말없이 수박 한 통을 다 먹는 모습을 보면서 먹먹해지는 감정이 생겼다. 정말 사상, 정치, 이념 같은 문제가 없으면 이 세상은 아름다울까? 빨치산이었던 아버지의 숙명. 이 책은 멀어져 있던 아버지와 딸의 관계가 장례식으로 인해 어떻게 달라졌는지를 이야기해 주면서 끝이 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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